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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BI] 24년 11월의 물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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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ungmin 2024. 11. 28.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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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요정의 소비일기 | 2024년 11월의 물건들

 

친구들 사이에서 나는 '소비 요정'으로 유명하다. 예쁜 물건을 보면 정신을 못 차리고 어느새 덜컥 사기 때문. 종종 주변 사람들에게 '이건 대체 왜 산 거야?' 하는 물건이 꽤나 많다고나 할까. 물건이란 실용성도 중요하지만 자주 사용하기 위해선 심미성도 무시할 수 없다. 예뻐야 눈이 가고 눈이 가야 자주 쓰게 되니까. 물건으로도 세상은 넓어진다고 믿는달까.
 
언젠가 누군가의 마음이 가는 곳이 궁금하다면, 그가 돈을 쓰는 곳을 따라가 보라는 말을 들었다. 사람은 마음이 가는 곳에 시간과 돈을 쓴다고. 돌아보니 나의 소비들에는 그 순간 나의 마음이 담겨있었다. 단순히 예뻐서 산 물건도 있지만 때론 의지가 담겨 있고 미련이나 계획이 담겨있기도 하다.
 
그래서 시작해 보는 소비 요정의 소비 일기. 물건을 사게 된 계기를 돌아보고 예쁜 물건들 자랑을 좀 할 겸! 또 모르지, 나랑 취향이 비슷한 누군가에겐 또다른 재미가 될지 모르니까. 2024년 11월에 내게 온 물건들을 소개한다.
 
 


출처: 시엔느 공식 홈페이지

 

1. 시엔느 | Old father sweater(cream)


요즘 '반려 물건'에 꽂혀있다. 조금 값이 나가더라도 나랑 오래 함께 할 수 있는 물건을 사는 것에 집중하려고 노력 중이다. 돌아보면 싸고 쉽게 살 수 있는 물건은 언제나 급하게 사서 빠르게 내 삶에서 사라졌다. 구매의 기준이 오직 돈일 경우 고려되지 않은 취향이 뒤늦게 반항을 했기 때문이다.
 
시엔느는 그런 의미에서 내 옷장에 가득 채우고 싶은, 전체적으로 사랑스러운 분위기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과하지 않는 컬러로 포인트를 주는 브랜드다. 시엔느는 프랑스어로 그녀의 것이란 말을 의미한다고 한다. 여기서 시엔느는 '그녀'라는 곳에 옷을 소비하는 고객들이 자신의 이름을 대입할 수 있도록 계절별로 새로운 이야기를 제안한다. 또한 이를 '낭만'이란 필터를 활용해 비주얼적으로 표현하는데 탁월하다. 도시 속에서 포근한 니트를 입고 있는 사랑스러운 할머니 모델을 보며 나도 저렇게 나이를 먹고 싶게 한다는 상상과 몽골 초원에서 말을 이끌고 가는 노르딕 니트를 입은 사람을 보며 자유로운을 느끼게 하는 상상으로 말이다. 
 
또한 디자인 부분에서 아날로그한 취향을 놓치지 않는 게 매력적이었다. 시엔느의 물건들은 독특하지만 포슬거리는 편안한 니트 촉감, 아무렇게나 땋아 부스스하지만 사랑스러운 양갈래 머리, 발목가지 올라오는 두꺼운 양말과 담요를 생각나게 한다.

그중 Old father sweater는 이름 그대로 아빠의 오래된 스웨터를 꺼내 입은 듯한 빈티지함이 더해진 시엔느의 베스트셀러다. 예전부터 시엔느 물건을 산다면 이 스웨터를 가장 먼저 사보고 싶었다. 마침 연말이라 29cm에서 세일을 하길래 구매해 봤다. 워낙 아방하게 나온 제품이라 작은 사이즈를 살까 고민했지만 키가 큰 편이라 큰 사이즈를 구매했다. 작은 것을 사도 괜찮을 뻔했지만 큰 것은 큰 것 대로 매력적이라 그냥 입기로 했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택배 속 반품 신청서도 예쁜 초록색 봉투 안에 편지처럼 들어있다. 낭만 한 스푼 넣은 시엔느의 무드에 다시금 반하는 순간이었다. 아주 마음에 든 소비였다!

제품명 | Old father sweater(cream)
브랜드 | 시엔느
구입처 | 29cm
구매 가격| 

 
 
 
 


(좌) 출처: 테무

 

2. my social battery 배지

 

- 사람이 많으면 기가 빨리나요?
- 내향형 사람들 사이에선 인싸, 인싸들 사이에선 최고 내향형 인간인가요?
 
mbti 검사를 하면 외향과 내향이 딱 정확히 50:50 나오는 사람으로서 이 배지는 보자마자 장바구니에 담았다. 나의 소셜 배터리를 단계별로 표시할 수 있어 재밌다. 종종 테무에 들어가 저렴하고 쓸데없지만 귀여운 물건들 구경하는 걸 좋아한다. 생각지도 못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인데 이 소셜 배터리는 구매를 참기 힘들었다. 사람들은 나의 소셜 배터리에 관심이 없겠지만 혼자 백팩에 달고 다니며 저 번개를 조절할 때의 짜릿함이란! 나를 제발 집에 보내주세요~
 

제품명 | 소셜 배터리 브로치
브랜드 | ?
구입처 | 테무
구매 가격 | 약 2,000원
* 구매한 페이지는 모두 품절이라 다른 링크를 첨부한다. 개당 2,000원 정도로 구매했다. 테무는 13,000원 이상 사야지만 배송이 가능하다.

 
 

 

 


출처: 오이뮤


3. 오이뮤 | 곰돌이 사전 & 키링


출판업에 있으면서 항상 궁금했다. 왜 업계에서 사용하는 말들은 다 일본어일까? 한글로 얘기하면 의미도 명확하고 나 같은 신입사원들은 이해도 쉬울 텐데 선배들과 제작처에서는 늘 사용하던 업계 용어를 습관적으로 활용했다. 늘 여기에 의구심이 있었는데 오이뮤에서 일본어에 뿌리박은 일상의 언어를 우리말로 변환한 (이름도 귀여운) 곰돌이 사전을 만들었다. 그 시작은 바로 출판/인쇄업 용어이고 시리즈로 계속해 나온다고 한다.
 
곰돌이 사전은 책으로도 제작되었고, 키링으로도 제작되었다. 키링은 무지 귀여운 곰돌이 모양으로 nfc칩이 내장되어 있어 핸드폰에 가져다 대면, 우리말로 풀이된 웹사이트로 바로 이동한다. 이곳에선 출판업에서 습관적으로 사용한 업계 용어를 순우리말로 변화한 내용을 담고 있다. 사이트는 계속 업데이트된다고 하는데 이 점도 지속 가능하다는 점에서 눈길이 갔다. 나는 알고 있는데 사전에는 수록되지 않은 용어는 '제안하기'를 통해 자료를 제안할 수 있다고 한다. 이는 추후 도서 제작 시 제안자 별명과 함께 수록된다고. 그뿐 아니라 키링은 플라스틱을 업사이클하는 브랜드인 노플라스틱선데이에서 제작하여 환경적인 의미도 톡톡히 챙겼다. 그리고.. 무엇보다 왕 귀엽다!
 
오이뮤는 민음사와 북클럽 콜라보 덕분에 처음 알게 되었다. 출판업에서 디자인 하우스와 함께 한다는 것이 새로웠고 무엇보다 예뻐서 관심이 생겼고, 이후에는 민음사 콜라보와 상관없이 오이뮤의 색을 사랑하게 되었다. 오이뮤를 사랑하는 이유는 많지만 제품 속에서 한국적인 요소를 놓치지 않고 계절성을 감각적으로 표현하는 점이 오이뮤를 더 오이뮤 답게 만드는 것 같다. 오이뮤는 언제나 다음 스텝이 기대되는 브랜드다. 트렌디한 기획력, 그러면서도 우리 삶에 꼭 필요한 메시지를 담는 브랜드. 다음엔 어떤 방향으로 걸을지 늘 기대하는 마음으로 기다리게 된다.
 

제품명 | 
브랜드 | 오이뮤
구입처 | 언리미티드 16 도서전
구매 가격 | 도서+키링 세트 30,000원

 
 
 

 


 

4. London underground 1970-1980

 

어려서부터 이사를 많이 다녀서인지 대중교통에서 인생의 많은 시간을 보냈다. 덕분에 대중교통에서 혼자 놀기 만렙을 찍은 지 오래인데, 그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은 대중교통 속 사람들을 관찰하는 일이다. 대중교통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역'이란 큰 필터만 거친 사람들이 랜덤으로 만나게 된다. 그중에서는 목소리가 커서 주변 사람을 힘들게 하는 사람도 있고, 책을 읽는 사람도 있으며, 꾸벅 조는 사람, 몸이 아픈 이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사람도 있다. 그들을 가만히 관찰하다 보면 이름이 없을 것 같은 이들이 나와 별 다르지 않은, 어쩌면 가까운 타인이란 생각이 든다. 꽤나 재밌기도 하고.
 
그래서인지 언리미티드 16(이하 언리밋)에 갔을 때 이 책이 눈에 반짝 들어왔다. 올해 언리밋은 해외 출판사, 창작자들이 많이 참여해서 이국적인 느낌에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Hoxton mini press는 영국의 독립 사진전문 출판사로 다양한 풍경들을 제시한다. 사무실의 풍경, 유년의 풍경, 길 위에서 누군가의 자동차와 사람을 찍은 풍경 등 우리에게 익숙한 풍경들을 활용해 생경한 관점을 고민하도록 만든다. 마치 지하철에서 사람들을 관찰하면 그들이 나와 조금은 닮은 이들이라고 생각하는 지점처럼 Hoxton mini press의 사진집들은 관찰자의 입장으로 편집된 풍경들로 상상력을 이끌어낸다.
 

제품명 | London Underground 1970-1980
브랜드 | Hoxton mini press 
구입처 | 언리미티드 16 도서전
구매 가격 | 2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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