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PLAYLIST | 내가 없는 그대가 궁금하지 않아도

our warm camp/CULTURE

by Chungmin 2026. 2. 25. 13:54

본문

 

내가 없는 그대가 궁금하지 않아도 ✧

요상하다. 샴푸가 떨어지는 날엔 린스와 바디워시도 함께 똑 떨어진다. 기간을 나눠 하나씩 사면 덜 부담스러울텐데 이상하게 별로인 일은 한 번에 일어나 무엇이든 무게를 가중시킨다. 새 차를 사고 출근한 첫 날 회사 주차장에서 교통사고가 났다. 다행히 빈 벽을 박아 나 말고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한동안 앉아있기 힘들 정도로 온 몸이 아팠다. 290만원의 수리비가 나왔고, 또 한번의 연애도 끝났다.

 

무기력함에 며칠을 내내 누워만 있었다. 울기도 하고 짜증도 내다가도 릴스를 보며 낄낄 웃기도 했다. 그런 날들이 이어지는 어느 날, 이기지도 못한 술을 마시고 집으로 돌아가는 택시에서 우연히 그 사람이 불러 준 음성파일을 발견했다. 그를 떠올리게 하는 물건들을 모두 지웠다고 생각했는데 교통사고 처럼 튀어 나오는 조각들. 거기엔 우리가 처음 마음을 확인했던 날, 그가 불러준 노래가 있었다. 노래 끝에 나는 박수를 쳤고 그는 '이게 뭐라고' 그렇게 좋아하냐는 말을 반복했다. 이게 뭐라고, 또 불러줄텐데. 그 말이 따듯해서 소리 없이 뻐끔, 따라했다.

 

차가운 택시 유리에 머리를 기대어 아무 일 없어 조금은 지루했던 어느 날의 나를 엿보던 날. 회사 생활은 내 마음 같지 않고, 큰 맘 먹고 산 자동차는 박살이 났으며, 가까웠던 이와는 남이 되었다. 잠시 마음에서 눈 쌓인 지붕이 무너진 소리가 났다. 누구에게도 얘기할 수 없는, 누구도 궁금해하지 않을 어느 겨울 밤. 술에 취해 다행이라고, 게워낼 것 같은 어지러움 속에서도 작은 창문 사이에서 겨울 바람이 들어와 다행이라 여겼다. 그대 없는 나를 궁금해하지 않을 걸 알아 퉁명해졌다가, 몇 번이고 '이게 뭐라고'라는 목소리를 듣다가 집에 도착했다.

 

나를 둘러싼 여러 문이 닫힌 것 같던 날, 교통사고 조각 같던 마지막 흔적까지 지워버렸다. 이게 뭐라고, 지우면 그 뿐인 걸. 사랑 뭘까. 뭔지는 모르겠지만 왜 별로인 일은 늘 한 번에 쏟아질까, 그냥 좀 이상하다 생각하면서 잠에 들으며 들은 노래들.


 

PLAYLIST🎧
- 총 7곡

존박 | 임시보관함
Fishman | 난 매일
성시경 | 산책
임현정 | 사랑은 봄비처럼... 이별은 겨울비처럼...
TETE | 사랑하고 있어
잔나비 | 첫사랑은 안녕히-
TIM | 사랑합니다

 

PLAY

사랑이 남긴 자리에
갈 곳을 잃은 미련들
모두 저 하늘 위로 띄워 보내요
끝내 무덤덤하게
- 존박, 임시보관함 가사 중에서

 

 

- Editor Thurso 서소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