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선택한 건 오직 '정한아' 작가님 소설이기 때문이다. 쿠팡 플레이 드라마 《안나》의 원작 소설 《친밀한 이방인》을 읽고 나서 완전히 작가님의 이야기 세계에 매료되었다. 뭐라 해야 할까. 정한아 작가님의 소설을 읽다 보면 미묘하게 어긋난 불안함을 느끼게 된다. 애매한 죄의식을 신발에 작은 돌 하나가 들어가 있는 듯한 기분처럼 느끼게 한달까. 평온한 삶 이면에 있는, 나 혼자 아는 인간의 가장 불편한 모습이 그의 글에는 생생히 살아있다.
정한아 작가님의 《친밀한 이방인》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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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 누구에게나 있는 사소한 욕망에 대하여
《친밀한 이방인》은 2023년 쿠팡 플레이에서 수지 주연의 드라마로 주목을 받은 《안나》의 원작 소설이다. 드라마로 먼저 접했기에 (이미 내용을 다 안다고 여겨) 소설에 대한 흥미도는 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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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의 마치》는 노년이 되어버린 배우 '이마치'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배우로서 철저히 자신을 관리한 이마치의 60세 생일 아침, 모든 일은 시작된다. 이마치는 알츠하이머라는 자신의 병 속도를 늦추기 위해 유명하지만 아주 비싼 치료를 하는 병원을 소개받고 VR치료를 시작한다. VR치료는 이마치의 기억들을 조합하여 그의 세계를 가상세계에서 보여주는 치료법인데, 거대한 아파트라는 무대를 세팅해 두고 이마치는 그 속에 들어가 여러 상황들을 마주하게 된다. 그곳에서 이마치는 과거의 수많은 자신들과 마주하게 되는데, 그러면서 뿌리 깊이 박혀있던 상처를 발견하며 그동안의 삶을 돌아보게 된다.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상황을 마주한다. 어떤 기억은 좋아서, 또 어떤 기억은 슬프고 아파서 일부는 망각하고 왜곡하며 살아가기도 한다. 나도 살면서 기억과 사실이 다를 때를 종종 발견한다. 분명 나는 절망이라고만 기억하는데 주변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완전히 달랐던 상황들. 아마 감정이 기억보다 강하게 개입해 왜곡되었음을 발견하고 놀랐던 적이 있다. 이마치는 VR 치료를 하며 자신이 기억하지 못한(어쩌면 잊고 싶었던) 상황을 맞닥 뜨리게 된다. 그 과정에서 크고 작은 충격을 받지만, 그는 과거의 자신들과 대면한다. 7살의 이마치, 34살의 이마치, 42살의 이마치와 대화하고 들여다본다. 원치 않게 유실되는 기억 속에서 자신을 붙잡기도 하고 떠올리기도 하며 스스로를 조금씩 용납하는 방법을 배워간다.
소설 속 이마치의 삶에 나의 삶을 대입해 보는 것은 왜일까. 정한아 작가님의 소설을 읽으면 항상 마음이 미묘하게 불편하다. 아마 주인공들이 가진 어떤 결핍과 상황에서 나의 삶이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일 테다. 끊임없이 나 자신을 투영하게 하고 고민하게 하는 소설을 읽으며 애매하고 미묘한 불편함과 어긋남을 느낀다. 그리고 다시금 나를 돌아보며 생각하게 만든다. 《3월의 마치》는 그런 소설, 페이지에서 눈을 뗄 수 없는 소재가 연속되면서 생각하게 만드는 소설이었다.
* 해당 도서는 문학동네의 '독파' 북클럽 앰버서더 6기로 도서를 지원받았다.
문장 속으로
• 그녀는 자멸하지 않았다. 그 사실이 신기했다. 이만큼의 절망으로는 사람이 죽지 않는다는 사실. (p.169)
• 내 인생은 반파된 자동차처럼 우그러진 채로 검은 연기를 풀풀 날리며 어딘지 모르는 곳을 향해 굴러가고 있었어. 그런 상황에서도 옆에 네가 있어서, 혼자가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어. (p.263)
• 그냥 놔버려요. 당신이 가진 모든 기억. 당신이 인생이라고 붙들고 있는 것들. 별 대단치 않은 실패들, 성공들, 전부 다요. (p.288)
• 도서 │ 3월의 마치
• 작가 │ 정한아
• 출판 │ 문학동네 @munhakdong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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