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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 돌아보면 언제나 자전거가 있었지

our warm camp/CULTURE

by Chungmin 2024. 1. 25.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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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 자전거를 탔는지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로 오래전부터 자전거를 탔다. 사촌 언니에게 얻은 세발자전거를 시작으로 도깨비가 그려진 네 발 자전거, 균형 감각이 좋아 금방 보조 바퀴를 떼고 자유롭게 광장을 달리던 두발자전거까지. 할아버지 자전거 사고의 영향으로 자전거를 타지 못한 20대의 몇 시절을 빼면, 의식하지 못했을 뿐 삶의 모서리에 항상 자전거가 세워져 있었던 것 같다.

회사 근처 중고 책방에서 <자전거가 있는 풍경>을 발견했다. 자전거에 대한 기억을 18명의 작가가 함께 쓴 책이다. 표지가 살짝 촌스러운 게 요즘 쓰는 문법이 아니라 판권 면을 살펴보니 와, 내가 고등학교 입학할 적 탄생한 책이다. 그러다 보니 에피소드가 아빠와 할아버지가 살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요즘은 보기도 힘든 강철 파이프로 만든 짐바리 자전거에 대한 묘사부터, 비싼 자전거를 처음 타본 기억, 균형을 잃어 길에서 크게 넘어진 기억, 자전거를 도둑맞은 순간까지 저자들의 소중한 기억을 엿볼 수 있다.

자전거는 거리에서 흔하게 만날 수 있는 물건이지만, 그것이 각자의 인생과 만나면 서로 다른 특별한 추억이 된다. 돌아보면 기쁘고 슬프고 아련한 지난날의 기쁨들. 자전거와 얽힌 기억들이 유난히 선명하게 남아있는 것은 몸으로 새긴 기록이기 때문이 아닐까. 생생한 기억들이 담긴 <자전거가 있는 풍경>을 읽다 보면 자전거가 타고 싶어진다. 페달을 밟아 어디로든 멀리 달려가선, 나만의 순간을 쌓고 싶어진달까. 삶을 살아가며 얼마나 소중한 것들을 놓치고 살아가는지, 이 책을 읽으며 다시금 깨닫는다.

*모든 꼭지가 재밌었지만 나는 그 중에서도 자전거를 타다 보면 자전거를 잊게 되는 풍경을 묘사한 구효서 저자의 <멀고 먼 자전거 배움의 길>, 자전거를 도둑맞고 화가 잔뜩 난 김연수 저자의 <자전거 도둑에 관한 세 가지 법칙>, 자전거 도로가 부족함을 이야기하는 공선옥 저자의 <은빛유혹>이 가장 인상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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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 자전거가 있는 풍경
작가 │ 공선옥, 구효서, 김선옥, 김진경, 방현석, 안재성, 하성란, 김연수, 권지예, 정성일, 최종규, 탁정언, 이상대, 최용원, 이치범, 윤호섭, 박경철, 박찬석 (18명)
출판 │ 2007~, 아침이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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