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마시고 집에 가려는데, 가방이 작아 짐을 다 꺼낸 다음 책을 넣어야만 했다. 그런데 꺼낸 물건들이 온통 까맣다. 까만색을 엄청 좋아하는 건 아닌데 어쩌다 보니 그리 보인다.
여행을 떠나면 매일 가방을 엎고 짐을 다시 싸는 일을 반복한다. 듣기만 해도 귀찮지만 여행이 가진 독특한 루틴이다. 옷 하나를 꺼내도 가방 속 규칙이 흩어지니 지금 차곡차곡 쌓는 일을 반복해야 내일 덜 어지러울 수 있다. 그럼 내가 무엇을 가지고 있는지 한눈에 보인다. 필요 없는데 지고 다니는 것, 필요한데 없는 것을 알 수 있다.
여행은 때로 내 속의 모든 것을 다 꺼내보게 한다. 마음도 물건도 욕심도 알게 한다. 늦은 밤 무거운 감정을 안고 기도하는 마음처럼 그래서 인정하고 싶지 않은 부끄러운 모습을 발견하는 것처럼. 여행은 낯선 곳에서 숨은 나를 발견하는 일인 것 같다. 랜덤으로 펼쳐지는 상황에서 랜덤으로 움직이는 나. 그것도 나 저것도 나.
다시 여행을 떠나고 싶다. 그 마음을 담고 담아 지난 여행 얘기를 해볼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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