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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한 | 곶감말이, 발가락이 똑 부러질 것 같이 추운 날엔

our warm camp/FOOD

by Chungmin 2024. 2. 6.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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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만 되면 두터운 양말을 신어도 발가락이 똑 부러질 것처럼 춥다. 손끝과 발끝은 왜 이렇게 한기가 잘 드는 걸까. 어제밤은 오리털 이불을 둘둘 말았는데도 옷 안으로 한기가 들었다. 보일러를 높여도 추위는 가시지 않은 이유를 몰랐는데 다음 날 아침 뉴스를 보고 오늘이 소한인 것을 알았다.

 

소한(小寒)은 한 해 중 가장 추운 날이라고 한다. 이름은 '작은 추위'라는 뜻을 가졌으나, 보름 뒤 대한 보다 더 춥다고 한다. 뉴스서 오늘 아침 기운이 어제보다 5~19도 가량 떨어졌다고 하는데, 어쩐지! 발가락이 똑 부러질 것처럼 아프더라니. 이럴 땐 따듯한 샤워만큼 좋은 게 없다. 따듯한 물로 씻고 나면 온 몸에 고루 열기가 퍼진다.

 

이런 날엔 온기를 빼앗기지 않게, 이불 속에 폭 들어가 온종이 뒹굴거리고 싶다. 밀린 드라마를 보고 읽고 싶었던 만화책을 꺼내 읽고 싶다. 오늘 만은 먹는 것도 대충 먹고선 게으르게 누워 있고 싶다. 그렇다고 맛없는 것은 먹기 싫을 때, 필요한 것은 다름 아닌 곶감이다. 겨우내 추운 바람에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며 당도가 가득찬 곶감 하나를 꺼내 먹으면 창밖의 추위도 두렵지 않다.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곶감 3개 정도를 넓게 펼쳐 그 안에 꾸덕한 크림치즈와 집에 남는 호두를 크게 부수어 넣어 랩으로 돌돌 싼다. 냉장고에 잠시 넣어 두었다가 칼로 자르면 단면이 깔끔하게 보이는데, 언제나 참지 못하고 그릇에 옮기기도 전에 하나 둘 입으로 넣어버린다. 하지만 이 간단한 레시피도 귀찮은 날이 있다. 그럴 땐 곶감의 윗 부분을 조금 잘라 크림치즈를 듬뿍 올리고 호두로 장식한다. 칼을 쓸 필요도 없이 카나페처럼 겹겹이 쌓아 먹는 것이다. 따듯한 차 한잔을 내려 침대에 뒹굴 거리며 먹는 곶감의 맛이란. 밖에서 사먹는 왠만한 디저트 보다 맛있다.

 

약간 끈적하면서도 달달하고 부드러운 곶감말이와 따듯한 차를 번갈이 한 입씩 먹는다. 약간의 느끼한 곶감의 당도를 따듯한 차가 씻어 내며, 입 안에서 맛의 균형이 담백하게 이뤄진다. 크림치즈가 부족하다 싶으면 숟가락으로 푹 떠 입으로 넣는다. 집에서 먹는 것은 언제나 마음대로 더할 수 있어 좋다. 추울 때는 이렇게 몸을 잔뜩 웅크리며 이불 속에서 간식을 먹는 재미로 지낸다. 겨울엔 그래도 괜찮다. 어설프게 나서 감기에 걸리고 피곤한 것보다, 어떤 날은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며 충분히 게을러도 좋다. 이런 달달함으로 지나가는 하루도 있는 법이다.

 

 

 


 

소한(小寒) | 24년 1월 5일 무렵

24절기 가운데 스물세 번째 절기로 작은 추위라는 뜻의 절기. 소한(小寒)은 양력 1월 5일 무렵이며 음력으로는 12월에 해당된다. 태양이 황경(黃經) 285도의 위치에 있을 때이다.

* 출처: 한국민속대백과사전

 

절기록(節氣錄) | 자연스럽게 살고 싶어 시작한 기록

계절마다 제철 음식을 챙겨먹는 친구가 있다. 봄에는 도다리 쑥국, 여름에는 참외 샐러드, 가을에는 홍시, 겨울에는 방어와 붕어빵. 그 애는 철마다 시장에 가서 식재료를 구경하는 재미를 알고, 그것들로 따듯한 밥을 지어 친구들과 나눠 먹는 행복을 아는 사람이다. 그 애를 바라보며 자연스럽게 살아간다는 게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흘러가는 시간에 충실하고 싶어 기록해 보는 계절 일기. 절기록은 계절 속에서 먹고 마시고 듣고 웃으며 사랑하게 된 순간들을 이야기한다.

 

- Editor. Thurso 서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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