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밴쿠버에서의 하루가 시작된다.
오늘은 다른 날 보다 조금 특이하고 특별한 날인데, 바로 예전 회사 선배를 밴쿠버에서 만나기로 한 날이다.
선배는 내가 신입사원 시절 즈음 퇴사를 했었다.
선명히 기억나는 것은 몇 개의 기억인데 하나는 휴게 공간에서 마주치며 '언젠가 밴쿠버에 놀러 와요!'라고 했던 대화이고, 다음은 그 시절 내가 가장 좋아하던 작가님을 카페에서 우연히 만났는데 선배가 작가님과 인사 시켜 주셔서 친필 사인을 받았던 적이 있었다.(이후로 작가님과 종종 안부를 주고받게 되었다)
마지막으론 선배가 퇴사 전 나에게 메일 한 통을 보냈었는데, 그 마음이 참 다정하고 따듯해서 선명히 기억하고 있었다.
(여전히 그 메일을 보관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함께 일을 한 경험이 없어서 밥 한 번 먹지 못했고 선배는 퇴사와 동시에 밴쿠버로 이사를 갔는데 무려 4년 뒤에 내가 퇴사를 하고 밴쿠버에서 만나기로 했다. 인연이란 정말 신기하다.
언제 가도 좋은 Deville coffee Waterfront
선배를 만나러 가기 전에 조금 일찍 나와 워터 프론트의 데빌 커피에 또 왔다. (ㅋㅋ)
여행을 하면서 생각한다. 나는 생각보다 안정적이고 익숙한 곳을 좋아하는구나. 반복적이고 지루하고 평안한 사람과 공간을 좋아하는구나. 생경한 것을 보며 성장할 수 있는 것은 이런 베이스캠프 같은 공간과 시간이 있어야만 가능한 게 아닐까- 밴쿠버에 지내는 요즘 자주 생각한다.
커피를 마시며 밀린 일기를 썼다. 오랜만에 선배를 만날 생각에 두근거리기도 하고 인연이란 정말 신기하기도 하고.
그래서 인생이란 정말 재밌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
밴쿠버 다운타운
사람 마음도 인생처럼 언제 어떻게 달라질지 모른다.
어제는 아무것도 하기 싫고 그냥 집에나 가고 싶은 마음이 컸는데, 새롭게 시작된 오늘은 또 밴쿠버 시내가 좋게만 보인다.
어? 여길 산책할 수 있는 날도 얼마 남지 않았네, 한 달이 생각보다 짧네.
작은 아쉬움이 피어 오르면
그 외의 이런저런 감정들은 저절로 정리가 된다.
Thierry Alberni
1059 Alberni St, Vancouver, BC V6E 1A1 캐나다
선배를 만나기 전에, 그래도 오랜만에 만나는데 마음을 전하고 싶어서
구글을 한참 검색하다가 Thierry Alberni 가게를 찾았다.
디저트만큼 산뜻한 선물은 없을 것 같아 디저트류로 결정!
검색해 보니 초콜릿이 아주 맛있는 가게라고 하여 총총 구경을 갔다.
입구부터 초콜릿 색상으로 반겨주고, 가게 안에도 초콜릿이 가득하다.
쌓여있는 원두와 초콜릿으로 만들어진 디저트류가 가득하다.
초콜릿 디저트 말고도 크루아상 같은 베이커리류도 판매했다.
점심시간이 되어가니 사람들은 이런 베이커리와 커피를 주문하려 줄을 섰다.
다른 가게의 점심시간 분위기보단 소란스럽지 않아 좋았다.
어떤 케이크를 살까 고민하다가, 라즈베리였나? 가 들어간 초콜릿 홀케이크를 샀다.
케이크 포장이 조금 허술해서 놀랐는데 하단에 고정 핀이 없이 그냥 포장이 되는 듯했고, 케이크를 담는 종이 박스가 너무 커서 다시금 놀랐다.(ㅋㅋ) 그래도 고급스럽고 예쁘게 포장 완료! 선배가 좋아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Palate Kitchen
848 W Hastings St, Vancouver, BC V6C 1C8 캐나다
팔라트 키친에서 음료 한 잔씩과 샌드위치를 먹었다. 밴쿠버 와서 처음 온 식당이었다.
환율도 많이 오르고 장기 여행자라 만날 도시락만 먹었는데, 선배 덕에 처음 식당 와서 감격 또 감격..
선배에게 낯가리는 것도 잠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또 신이 나서 엄청 말을 많이 하고 엄청 많이 웃었다.
Breka Bakery & Cafe (Denman)
821 Denman St, Vancouver, BC V6G 2L7 캐나다
밥을 먹고 스탠리 공원을 걸으려 했는데, 비가 오기 시작해서 방향을 틀어 브레카에 갔다.
이날 처음 브레카를 갔는데 점심으로 먹기 좋은 샌드위치류가 많고 디저트가 많아서 가볍게 오기 좋았다.
(그리고 이 지점은 내가 밴쿠버를 떠나기 직전까지 주에 2번 오는 단골 가게가 되는데..)
사진 속에 있는 코코넛 디저트가 쇼케이스에서 가장 인기가 없는 듯했다. 가장 많이 재고가 남아있었는데, 나는 저 코코넛 디저트가 무척 맛있었다. 달지 않고 씹을수록 고소한 게 마음에 들어, 몇 번이나 다시 사 먹었는지 모른다.
여기서도 선배랑 엄청 많이 웃었다. 이 모든 인연이 신기하고 신기하고 신기하고 재밌었다. 여행 가기 전에 또 만나기로 했다.
선배랑 엄청 웃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지하철에서 내려 버스로 갈아타려는데 문득 걷고 싶어졌다.
좋은 기분을 조금 더 혼자 곱씹고 싶었달까.
걷다 보니 비가 왔다. 부슬부슬 비를 맞으며 1시간을 걸어야 집에 도착한다. 해가 지고 있어서 좀 무서웠는데 한편으론 조금 설레었다고 할까. 원래 비 맞는 거 크게 신경 안 쓰는데 한국에서는 이렇게 자유롭게 비를 맞으며 걷기가 힘들다.
우선 앞머리가 엉망이 되고 떡이 져서 '머리 안 감아써요?'라는 농담 섞인 놀림을 당하기 딱 좋고, 뭔가 자기 관리를 못하는 사람이 되는 것 같은 기분도 들고. 그런데 여기는 모두가 비를 맞고 다니고 모두의 앞머리가 비를 홀딱 맞아 정리되어 있지 않았다. 누구도 서로의 머리 스타일을 관심 있게 보지 않고, 우산을 쓰는 사람 보다 그냥 모자 쓰고 걷는 사람이 더 많다. 뭐랄까, 되게 자유로웠다.
첫날 동생과 장을 봤던 save on foods에서 토마토와 몇 가지를 구매했다.
동생한테 왜 이름이 save on foods야?라고 물었는데
- 나의 기대는: 이 브랜드가 추구하는 방향이 있다든지, 기부를 한다든지, 지역 사회와 관련된 어떤 캠페인을 한다든지-였는데
- 동생의 대답은: 누나 이마트가 왜 이마트야?
그래서 아하! 이러고 끝냈던 대화가 떠오른다.
ㅋㅋㅋㅋㅋㅋㅋㅋ
매번 이렇게 질문 폭탄을 던져서 동생이 맨날 한숨을 쉰다.
아니 궁금해서.. 답을 달라는 건 아니었고... 아는가 해서 물어본 거야..
매일의 일상이 지나간다. 매일이라고 하기에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이것이 반복되니 일상이 된다. 잠을 자고 먹고 공원을 걷고 햇빛을 맞는다. 한국에서 회사 다니던 시절에 간절했던 생활을 지금 내가 하고 있다. 문득문득 지루하고 재미없지만, 행복이란 원래 그렇게 비슷한 얼굴을 하고 있으니까.
이 지루한 하루가 너무 고맙고 행복해서
나는 이 하루하루가 무지 아깝다.
조금만 조금만 천천히 지나가면 좋겠다.
오늘의 움직임
* 걸음: 12,668
밴쿠버에서 한 달 살기
캐나다 밴쿠버에서 한 달을 살게 되었다. 삶에 변화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밴쿠버에서 한 달 동안 먹고 걷고 즐긴 하루들을 기록한다. 빅잼은 없어서 피식잼은 있다구!
Copyright 2023. our warm camp All rights reserved. / 본 사이트에 게재된 콘텐츠는 our warm camp가 관리하고 저작권법에 따라 보호되는 저작물입니다. 사전 동의 없는 무단 재배포, 재편집, 도용 및 사용을 금합니다. 이 콘텐츠가 좋으셨다면 링크로 공유해 주세요!
CANADA ⑩ | 처음 가보는 스탠리 공원 숲길과 좋아하는 키링들 (0) | 2024.03.09 |
---|---|
CANADA ⑧ | Deep cove 하이킹 & 꿀맛 허니 도넛 (0) | 2024.03.09 |
CANADA ⑤ | Lynn canyon 하이킹 후 마시는 라즈베리 맥주의 맛이란! (0) | 2024.03.09 |
CANADA ④ | 혹시.. 여기 한국인가요? 노들섬과 닮은 밴쿠버 로컬 마켓 그랜빌 (0) | 2024.03.09 |
CANADA ③ | 예쁜 게 가장 좋아! 밴쿠버 레코드숍과 카페 (2) | 2024.02.29 |